19세기 말, 독일의 작은 시골 마을에 ‘콘라드’라는 노시계장이 살고 있었다. 그는 평생을 시계 수리와 제작에 바쳤고, 마을 사람들은 그를 존경했다. 그런데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콘라드에게 수리를 맡긴 시계는 시간이 더 느리게 흐른다는 것이었다. 하루가 25시간처럼 느껴졌고, 어떤 이들은 꿈속에서 시간을 건너뛴 듯한 경험을 했다며 불안해했다.

어느 날, 호기심 많은 소년 한스가 몰래 그의 작업장을 엿보았다. 콘라드는 고장난 시계를 수리하지 않고, 오히려 기묘한 장치를 설치하고 있었다. 마치 시간을 조종하려는 듯, 시계 속 톱니바퀴들이 정해진 패턴이 아닌, 무질서하게 회전했다. 한스는 이를 어른들에게 말했지만, 모두 “그저 노인의 괴벽일 뿐”이라며 웃어넘겼다.

몇 달 후, 콘라드는 갑자기 사라졌고, 그의 집은 텅 비어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가 만든 시계를 가진 사람들은 여전히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고 느꼈다. 일부는 그 시계를 버리자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누군가는 말한다. 콘라드는 시간을 조금씩 훔쳐 모아, 자신만의 세계에서 영원히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지금도 독일 어느 벼룩시장에선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시계’가 발견됐다는 소문이 가끔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