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적한 골목에 이상한 우체국이 있었다. 간판도 없고, 영업시간도 없지만, 문은 언제나 열려 있었다. 이 우체국은 특이하게도 과거로 편지를 보낼 수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누군가 진심을 담아 편지를 쓰고, 날짜를 정확히 적으면 그 편지가 그때로 전달된다는 것이다.

대학생 지훈은 졸업을 앞두고 지쳐 있었다. 학점도, 취업도, 연애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우연히 그 우체국 소문을 듣고 장난 반, 진심 반으로 편지를 썼다.

“2007년 5월 17일의 나에게. 제발 그때 그 선택은 하지 마. 그건 평생 후회하게 돼.”

편지를 보낸 뒤, 별일 없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침대 옆에 낯익은 사진이 떨어져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지훈이 잃어버렸던 사진이었다. 그리고 뒤에 적혀 있던 메모.

“알겠어. 안 할게. 대신 넌 앞으로 행복해져야 해.”

그날 이후, 지훈의 삶은 조금씩 바뀌었다. 우연히 참가한 공모전에서 수상하고, 그 계기로 취업에 성공했다. 예전엔 그냥 흘려보냈을 작은 기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훈은 지금도 가끔 그 우체국에 간다. 이제는 자신이 받은 것처럼 누군가의 과거를 위로해주기 위해, 편지를 쓴다. 

"누군가의 시간이 바뀌면, 세상도 조금 바뀐다"는 걸 믿게 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