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작성자 허수남 작성일 2025-05-15 조회수 52
낡은 연립주택 2층에는 조금 특별한 능력을 가진 고양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름은 별이었는데, 밤이 되면 야옹, 하고 울 때마다 꼬리 끝에서 작은 별빛이 반짝이는 신기한 고양이였죠. 별의 주인인 할머니는 밤마다 마당에 앉아 별을 쓰다듬으며 옛날이야기를 들려주곤 했습니다. 별은 할머니의 목소리를 가만히 듣다가, 이야기가 슬픈 대목에 이르면 꼬리에서 더 밝은 별빛을 반짝이며 할머니를 위로하는 듯했습니다. 어느 겨울, 동네에 슬픈 일이 생겼습니다. 오랫동안 마을을 지켜온 아름드리 나무가 갑자기 쓰러진 것이었죠. 사람들은 슬픔에 잠겼고, 마을에는 활기가 사라졌습니다. 별은 밤마다 꼬리에서 가장 밝은 별빛을 반짝이며 마을을 돌아다녔습니다. 마치 슬픔에 잠긴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것처럼, 별빛이 닿는 곳마다 작은 온기가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신기하게도 별이 밤마다 돌아다닌 후부터, 마을 사람들은 조금씩 힘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쓰러진 나무를 대신해 작은 나무를 심기 시작했고, 잊고 지냈던 웃음소리가 다시 마을에 퍼져나갔습니다. 사람들은 그 이유를 알지 못했지만, 어쩐지 밤하늘의 별들이 더 밝게 빛나는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작은 고양이, 별이 밤마다 꼬리에서 밝히던 따뜻한 별빛 덕분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별은 오늘도 조용히 밤거리를 산책합니다. 꼬리 끝의 작은 별빛은 여전히 반짝이고, 그 따뜻한 기운은 알게 모르게 사람들의 마음에 스며들어 작은 위로와 용기를 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