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작성자 박영천이 작성일 2025-05-19 조회수 17
어느 오래된 골목길, 낡은 전봇대 옆에는 털이 복슬복슬한 길고양이 한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녀석은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는 밤이 되면, 홀로 골목길을 어슬렁거리며 하루를 마무리하곤 했죠. 특별히 좋아하는 장소는 낡은 슈퍼 앞 평상이었습니다. 따뜻한 온기가 남아있는 그곳에 몸을 뉘고 밤하늘을 바라보는 것을 녀석은 가장 좋아했습니다. 어느 겨울, 매서운 추위가 밤의 골목길을 덮쳤습니다. 털북숭이 고양이는 평소보다 더 깊숙이 자신의 털 속에 몸을 숨겼지만, 스며드는 냉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죠. 그날 밤, 유난히 배가 고팠던 녀석은 먹을 것을 찾아 골목길을 헤매기 시작했습니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걷던 녀석의 눈에,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는 작은 식당 하나가 들어왔습니다. 조심스럽게 식당 문 앞에 다가간 고양이는 안에서 풍겨오는 따뜻한 음식 냄새에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용기를 내어 살짝 열린 문틈으로 고개를 들이밀자, 따뜻한 김과 함께 맛있는 냄새가 녀석의 코를 간지럽혔습니다. 식당 안에는 인자한 미소를 띤 할머니 요리사가 분주하게 음식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고양이는 망설이다가 조용히 식당 안으로 발을 들였습니다. 할머니는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리더니, 낯선 고양이를 발견하고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습니다. 하지만 곧 따뜻한 눈빛으로 고양이를 바라보며 작은 생선 조각 하나를 녀석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추위에 떨고 배고팠던 고양이는 할머니가 준 따뜻한 생선 조각을 허겁지겁 먹었습니다. 할머니는 그런 고양이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따뜻한 물을 담은 작은 그릇을 녀석 앞에 놓아주었습니다. 그날 밤, 털북숭이 고양이는 난생 처음 따뜻한 공간에서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