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관세로 인플레 지속 안돼…연말 금리인하 지지”

입력2025.06.02. 오전 11:44 기사원문

김은희 외 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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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BOK 국제콘퍼런스

이창용 한은 총재와 월러이사 대담

‘10% 관세’ 시나리오 전제한 전망

관세비용 나눠 부담…단기 0.3%P↑

연간 기준 3%까지 상승한 뒤 해소

전 시카고 연은총재 “연준 독립 필수”

이창용(왼쪽) 한국은행 총재와 크리스토퍼 월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이사가 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2025 BOK 국제콘퍼런스에서 미국 경제 전망을 포함한 다양한 통화정책 이슈를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연합]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주요 인사인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연말 금리 인하를 지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다.

월러 이사는 2일 한은에서 ‘경제 구조 변화와 통화정책’을 주제로 열린 국제콘퍼런스에서 진행된 이창용 총재와의 정책 대담에서 “관세는 사실 환율 쇼크나 유가 쇼크처럼 지속성을 가지지 않는다”며 “(관세가) 일회성 효과라고 본다면 인플레이션 자체는 현재 타깃(목표)에 다가가고 있다”고 밝혔다.

월러 이사는 “관세는 다른 세금과 비슷하게 생각할 수 있는데 우리가 소비세 등이 인상될 때 그렇게 얘기하지 않는다. 과거 2021년 인플레이션이 꽤 오래 갔지만 그 이유는 오늘날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경제학적으로 보면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단기적이지, 장기적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월러 이사의 의견에 대해 “만약 인플레이션 영향이 일시적이라면 타깃(목표치)에 대비해 높은 상황인데, 결국 타깃으로 수렴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고 영향을 살펴보면서 금리 인하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에 월러 이사는 “일회성인 효과로 본다면 인플레이션 자체는 타깃에 다가가고 있다. 그렇게 목표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서 “인플레이션이 길게 간다면 ‘트레이드 오프’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어려운 트레이드 오프를 해야 한다고 보지만 트레이드 오프가 그렇게 어려울 것이라 보지 않는다”고 했다.

트레이드 오프는 두 개의 정책목표 가운데 하나를 달성하려고 하면 다른 목표 달성이 늦어지거나 희생되는 경우를 뜻한다.

이 총재는 이날 대담에 앞서 미국 관세 영향과 관련해 “분야별 관세가 중요한데 한국이 반도체, 철강, 알루미늄, 차량 등을 수출하기 때문”이라며 7월 9일 이후 분야별 관세 유예 만료 이후의 상황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재 한국과 미국의 관세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도 중요하다”며 “미국 관세가 우리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를 봤을 때 중국을 통한 간접적인 영향도 매우 중요하다. 중국과 한국 경제는 공급망으로 매우 긴밀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총재는 “만약 10% 정도로 관세가 조율된다면 한국 기업도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고 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방준비제도(Fed) 이사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실효 관세율이 낮은 관세 시나리오 수준에 정착하고, 기조 인플레이션이 2% 목표를 향해 계속 개선되며, 노동시장이 탄탄하게 유지된다”는 전제로 “연말 긍정적인 신호에 기반한 금리 인하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낮은 수준의 관세’가 지속되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추가적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여기서 말하는 낮은 관세는 10%를 뜻한다.

월러 이사는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지속적이지 않을 것이며 인플레이션 기대는 잘 고정되어 있다는 게 제 판단”이라며 “(낮은 관세 시나리오에서) 인플레이션은 연간 기준으로 3%까지 오를 수 있고 이후에는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기업들이 관세 인상을 핑계 삼아 기회적으로 가격을 인상할 수 있다는 우려도 들은 바 있다”면서도 “경쟁사에 시장 점유율을 뺏기거나 충성 고객의 신뢰를 잃을 위험 때문에 그런 일은 자주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관세가 10% 오르고 이를 모두 소비자에게 전가한다면 통상적으로 생각할 때 수입품 물가는 당연히 1% 오르게 된다. 그러나 월러 이사는 관세 인상 여파가 그렇게 단순하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월러 이사는 “관세 비용은 전부 전가되지 않고 소비자, 수입업자, 수출업자 간에 3분의 1씩 나뉘어 부담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단기간 인플레이션은 0.3%포인트 상승하게 된다”고 말했다.

고용문제도 아직 금리 인하 결정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그는 “몇 년간 급격한 임금 인상이 있었고, 현재 노동시장은 1~2년 전보다 훨씬 완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근로자들은 더 이상 임금 인상을 요구할 만큼 협상력이 크지 않으며, 오히려 현재는 일자리를 지키는 데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노동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소비자 조사에서 나타나는 높은 인플레이션 기대가 큰 폭의 명목 임금 상승이나 이차적인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은 신빙성이 낮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찰스 에반스 전 시카고 연방준비제도(Fed) 총재는 이날 콘퍼런스에서 ‘통화정책의 핵심 책무 : 연준의 2025년 정책체계 검토에 관한 시사점’ 논문을 발표하고 “간결한 통화정책 체계의 효과적 운영을 위해서는 연준 의장 및 정책위원회의 강력한 리더십과 ‘독립적인 의사결정’ 능력 뒷받침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견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통화당국에 기준금리 인하를 연이어 압박하는 상황 속에서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백악관으로 불러 금리를 낮추지 않는 것은 실수라고 연신 지적했다.

에반스 전 총재는 “정교한 통화정책 체계도 중요하나, 정책 성공은 궁극적으로 정책 당국의 강력한 리더십에 크게 좌우된다”며 “(연준은) 정치적 성향에 따른 기대 인플레이션 격차 심화 등 어려운 소통 환경 속에서도 객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은희·홍태화·정호원 기자

김은희 ehkim@heraldcorp.com,홍태화 th5@heraldcorp.com,정호원 won@heraldcorp.com​